[시사앤피플] 김남국 의원의 암호화폐 거래가 큰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은 유명인의 성 추문과 같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만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첫째, 암호화폐 자체가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신비 속의 물건이다. 둘째, 정적을 요란스럽게 비판하며 자신은 가치관이 바른 똑똑한 사람으로 행세하는 한 젊은 정치인이 정상적으로는 벌 수 없는 큰 돈을 벌었다.
자극적인 보도를 좋아하는 언론매체에서는 국회 상임위가 열리고 있던 시간에 암호화폐 거래를 했다는 사실, 어려운 거래기법을 활용하며 절묘한 시기에 투자하고 빠지고 하면서 돈을 많이 번 사실 등을 크게 보도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로 돈을 잃은 젊은이들이 많은 시기에 정치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뉴스임에 틀림없다.
법적으로 보면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다.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암호화폐를 두고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 암호화폐는 일종의 자산이지만 법적으로 규제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현재로선 공직자재산등록에도 암호화폐 보유를 신고할 의무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가지지 않은 정보를 이용하여 이득을 보았다고 해도 암호화폐가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법을 위반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형법을 적용하려면 법조문에 명시되어 있는 행위를 해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검찰은 아마도 암호화폐 거래 자체보다는 거기서 파생된 문제들을 집어내는 데 힘을 쏟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직자재산등록에서 어떤 금액이 누락되었다'든지, '돈 벌 수 있는 정보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에게서 얻었다면 뇌물이라 볼 수 있다'하는 식일 것이다.
정치적으로 큰 사건임에 비해 법적인 처벌은 쉽지 않을 것이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아야 될 지 모른다.
몇달 전 미국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가 파산하고, 그 대표인 샘 뱅크먼-프리드가 기소되었다. '김남국 코인' 사건이 법적으로 간단치 않은 것처럼, 뱅크먼-프리드의 사기와 로비 혐의에 대한 사건도 간단치 않다. 제도권 자산을 규제하는 기준에서 보면 사기일지 모르나, 암호화폐 시장을 같은 기준으로 볼 근거가 약하다.
로비 혐의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장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을 어디까지 불법적인 로비로 볼지 쉽지 않은 문제다. 뱅크먼-프리드의 부모인 뱅크먼과 프리드 둘 다 스탠포드대학교 법대 교수이듯이, 집안 사람들도 사회적으로 평판이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라 뱅크먼-프리드를 범죄 의도를 가진 파렴치범으로 몰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암호화폐는 화폐라 불리지만 시장에서 상품교환을 매개하는 화폐는 아니다. 일종의 자산인데, 내재적 가치가 없어 그 본질은 거품이다. 물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금이든 어떤 자산의가치는 항상 변화하며 시점에 따라서 그 가치의 일부는 거품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암호화폐의 경우는 그 가치의 전부가 거품이다.
그 동안 암호화폐의 거품이 유지된 것은 자산시장 전반의 호황 때문이었다. 거품은 이 자산, 저 자산으로 옮겨 다니기 때문에, 자산시장 거품의 일부가 암호화폐에도 머물러 있었다. 이제 기술호황(tech boom)이라 불리던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부동산을 포함하여 자산시장 전반이 내리막길이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에 머물렀던 거품도 사라지고 있다.
뱅크먼-프리드 사건, 김남국 사건 등을 통해 암호화폐에 대한 환상이 없어지고 제대로 이해하게 된 각국은 암호화폐를 법 안의 자산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규제가 들어오면 사기도 줄어들지만 일확천금의 기회도 줄어든다. 암호화폐로 한 몫 챙기던 시대는 끝났다.
*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사앤피플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