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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서평] 특권 중산층 : 한국 중간계층의 분열과 불안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05/31 [09:31]

[신희주 서평] 특권 중산층 : 한국 중간계층의 분열과 불안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05/31 [09:31]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계급 분화, 누가 주도하는가?

“현재는 계층이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사회적 격차는 자연히 더욱 커져만 간다. 이런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현대사회의 중요한 계급·계층 분계선은 더 이상 중간계층과 노동자 계층 사이가 아닌 신 상류 중산층(또는 특권 중산층)과 일반 중산층 사이에 놓이게 되었다.” - 233쪽 
 
한국 사회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불평등은 어디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을까? 산업화 이후 1980년대까지의 경제발전이 재벌 육성과 수출 지향성을 근본으로 하는 발전국가 전략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1990년대 이후의 경제발전은 신자유주의적 제도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토지나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권리를 확대해 자본축적을 뒷받침하는 금융화(financialization) 전략을 통해 이루어졌다. 신자유주의 축적체제는 노동자들의 높은 임금과 케인즈주의 복지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포드주의 발전체제를 대체하면서, 자산투자에서 생기는 자산소득을 장려하여 예전의 노동 소득을 상쇄하도록 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축적은 자산 소유자들에게 유리하고, 가계소득에서 노동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노동시장 내부의 분화에 기인한 노동 소득의 격차와 금융화로 인해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은 한국 사회의 집단 간 소득 불평등에 점점 더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특권 중산층은 이러한 배경에서 출현한 사회적 계층이다. 경제 영역뿐 아니라, 사람들의 가치 체계와 삶의 방식까지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신자유주의의 핵심 전략인 금융화로 인해 자산과 소득의 급격한 증가를 경험한 사람들이 부유한 중산층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가 공략하는 소비전략의 주체가 되었고, 이들의 소비는 문화현상으로 확산하였다.

소위 586세대로 강남의 아파트를 소유한 전문직 종사자로 대표되는 이들은 고급화된 소비라는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교육 투자를 통해 자신들의 계급 정체성을 확인하고 재생산하는 새로운 형태의 계급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저자는 특권 중산층의 계급 구별짓기, 그리고 이를 통해 지나치게 높아진 중산층의 기준 때문에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불안한 중산층을 양산하고 중산층 내부를 분열시키는 요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산층의 분화와 ‘특권적 중산층’의 등장을 설명한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특권 중산층의 지역 기반을 서울의 강남으로 특정하여 서술함으로써 이 집단 내부의 다양성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향이 있고, 특권 중산층 성장의 사회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실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저자의 고찰대로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은 산업화 이후 1980년대까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다가 1990년대부터 2008년까지 계속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를 이용한 최근의 연구들은 한국의 지니계수가 2009년 이후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권 중산층의 등장과 성장의 배경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상류 중산층이 자녀 교육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계급 재생산에 성공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실증데이터의 면밀한 분석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진행 중인 연구들은 세대 간 계급 이동성이 예전보다 낮아졌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 투자 대비 교육성과나 노동시장 성과는 일반 중산층에서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사회 현상의 질적 체감이 언제나 사회적 현실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짧은 시기 동안 비약적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경제발전은 하위 계층까지 혜택이 돌아가는 낙수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부유한 계층과 다른 계층들 간 삶의 조건에 있어서 격차가 지속되고 있고,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상층의 삶의 방식과 소비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사회 계층들 간 심정적 격차 역시 확대되고 있다. 젊은 세대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불공정 인식은 자신들만의 세상과 기회구조를 독점하는 특권계층의 구별짓기로 인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이 성별 갈등, 세대 갈등, 다양한 사회 집단 간 갈등으로 심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길라잡이의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출처 : 국회도서관 5월 31일자)

* 신희주(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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