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올해 7월 들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장관직을 걸겠다”며 현안문제에 대해 강한 모습을 보였다.
먼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자 사업 전면 백지화를 발표했는데, 이 때 원 장관은 "김 여사의 땅이 거기에 있는 것을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제가 조금이라도 인지한 게 있었다거나 노선 결정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있거나 보고받거나 지시받은 사실이 있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수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이 근거 없고 무고임이 밝혀진다면 민주당 간판을 내려라"며 "이후로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모두 정계를 떠나거나 국민을 상대로 한 공개적 스피커 역할을 그만두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작년 8월에도 ‘공약 파기’ 논란이 불거진 1기신도시 재정비 계획에 대해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장관직을 걸고 약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같은 날 "백선엽 장군은 최대의 국난을 극복한 최고의 영웅"이라며 "야당이 가당치도 않은 친일파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백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은 장관직을 걸고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장관은 백 장군이 독립군 토벌 활동을 한 전력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복무할 당시 나이가 22살이었다"며 "그 당시 만주에는 독립군이 없었고 거기 있던 사람들은 항일하던 중국인 내지는 비적들"이라고 반박했다.
작년 10월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장관직을 걸겠다”며 강한 모습을 보였다.
조승환 해수부장관은 작년 10월5일 “HMM이 관계부처 협의 없이 매각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장관직을 그만둬야 한다며, 대우조선해양처럼 급하게 매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작년 10월24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강남에서 술자리를 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에 대해 “이전에도 거짓말해놓고 사과도 않고 넘어갔다. 저는 장관직을 걸겠다. 의원님은 무엇을 걸겠는가”라며 맞받아쳤다.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7월3일 신임 장차관 13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때 “우리 정부는 반(反)카르텔 정부다. 이권 카르텔과 싸워달라”고 말했고, “국가와 국민,헌법 시스템에 충성해 달라”면서 공직자에 대한 인사 평가를 강조했기 때문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7월6일 “장관직을 걸겠다”고 강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작년 10월에 “장관직을 걸겠다”고 말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막말 논란에 대해 야당이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관계자 문책을 요구하며 외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주장하는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장관직을 걸겠다”고 말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카르텔과 싸워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나 국정운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제스처로 장관들이 “장관직을 걸겠다”고 말한 것까진 좋은데, 장관직을 걸면서 야당이나 야당 의원의 주장이 틀리면 당이 문을 닫거나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왠지 내년 총선용 멘트로 사용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장관직은 국민이 준 권한이기에 국민 의사에 상관없는 개인적인 결단으로 장관직을 걸면 안 된다. “장관직을 걸겠다”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이 4명 모두는 누가 봐도 내년 총선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유력 인물이다.
이러다간 내년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얼마 안 있어 장관직을 거는 건 아니지 모르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29일 15명의 장차관급 인선 발표 후 비서관 출신 차관 내정자 5명을 따로 불러 “부패한 이권 카르텔과 손잡는 공직자들은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고 지시한 적이 있다. “장관직을 걸겠다”고 말한 장관들이 내년 총선에 나갈 것을 염두에 두고 비서관 출신 차관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비서관 출신 차관 5명은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임상준 환경부 차관,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 백원국 국토교통부 2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국정운영의 행간을 읽기 위해선 비서관 출신 차관 5명의 행보에 귀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내년 총선에 나가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장관직을 걸겠다”고 말하는 장관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그나마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후 “장관직을 걸겠다”고 하면 우리 국민이 조금은 믿을 수 있을 것이다.
* 김삼기 / 시인·칼럼니스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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