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중 가장 기이하고(bizarre) 냉소적인(cynical)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사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실제 전쟁이다. 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살상되고 있고, 도시들이 파괴되고 있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교전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도 큰 손해를 감수하고 있으며, 에너지 등 원자재 공급에 문제가 생겨온 세계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 부르고 있다. 마치 특정지역에 잠깐 군사를 배치하여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고 끝내는 군사행동인 것처럼 들린다.
러시아에서는 신규징집병을 포함한 정규군뿐만 아니라 돈 받고 싸우는 용병도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용병이 정규군과 다투고 반란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소요사태를 일으켰다가 중도에 물러났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측근이었던 용병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웃나라 벨라루스로 망명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푸틴이 프리고진에 대한 보복을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들도 나온다.
그런데 프리고진이 왜 소요사태를 일으켰는지, 푸틴은 프리고진을 그동안 이용하다가 왜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 기이할 따름이다.
푸틴을 적대시하던 미국과 서유럽 국가 등 서방 진영은 갑자기 푸틴에 동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프리고진 같은 망나니보다는 푸틴이 러시아를 통제하는 게 그래도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냉소적인(cynical) 일이지만,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진영으로서는 꽃놀이패다. 군대를 투입하지 않고 대리전을 통해 러시아의 군사력을 약화시켜 서유럽에 대한 안보위협을 크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쟁은 러시아가 일으켰기 때문에 불감청이지만 고소원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잘 싸우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의지와 리더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막대한 외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부패와 무능으로 패망한 월남이나 아프가니스탄의 권력자들과 대비된다.
서방진영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상황전개가 그리 나쁘진 않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촉발된 제1차 걸프전쟁에서 미국은 승리했지만 바그다드로 진격하지 않았다.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 무너지면 중동 지역이 불안정해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 판단은 옳았다. 훗날 미국의 네오콘들이 제2차 걸프전쟁을 일으켜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자 중동은 훨씬 불안정하게 되었다.
많은 난민이 발생하여 서유럽 국가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주변국을 위협하는 공격적인 러시아도 문제지만 불안정한 러시아도 문제다. 러시아 주변국들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푸틴의 오판에 의한 결정으로 발발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결정의 뿌리가 지도자 개인의 자질 문제인지 권력시스템의 문제인지는 말하기 쉽지 않다.
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있다. 전제주의 정권의 속성일 수도 있다. 권력을 독점하는 공산당이 오랜 동안 정권을 유지하고 있어 독재자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항상 경계하고 염두에 둬야 할 일이다.
중국과 북한의 언사가 갈수록 거칠어지는 상황도 편치 않은 일이다. 다행히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틈타서 대만을 침공하지는 않고 있다.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기이하고 특이하다.
* 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사앤피플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