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5일부터 장마가 시작되면서 7월5일까지 전국 곳곳에 시간당 50mm에 육박하는 물 폭탄이 쏟아졌고 특히 남부는 강우량이 예년의 2배에 달할 정도로 많은 비가 집중되자, 7월8일 이후 언론은 일제히 올해 장마 피해가 유난히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7월15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가 날 때까지 언론도 정부도 야당도 비 피해를 막고 만일의 사태를 수습해야 할 재난안전 실무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 장관(이상민 장관)의 공백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야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전원과 무소속 국회의원 182명은 이 장관의 탄핵 여부 결정을 앞둔 헌법재판소 앞에 모여 탄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장마 기간 행안부 장관의 부재 관련 대책을 세우라고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여 시위를 했어야 했다.
7월13일에도 재난참사단체가 헌법재판소 앞에 모여 이 장관의 파면은 안전한 국가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재난 참사에서 늘 국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장마 기간인데도 실무 콘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는 내지 않았다.
정부도 올해 장마 재해를 예상해 재난안전 실무 컨트롤타워 책임자를 행안부 차관에 맡길 게 아니라 대통령실에 재난안전 실무 컨트롤타워를 두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언론도 야당이나 재난참사단체가 장관의 탄핵 문제를 언급할 때 실무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어야 했는데 놓치고 말았다.
우리나라 전역에 장마에 의한 재난의 위협이 진행 중인데도 언론, 정부, 여야, 재난단체 모두 행안부 장관이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실무 책임자라는 점을 망각하고 탄핵이라는 이슈만 쫓아갔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 14명의 목숨을 잃은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를 당해야 했고, 전국적으로 4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장마 재해를 겪어야 했다. 필자는 이번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가 이태원 참사처럼 행정재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야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를 정쟁으로만 몰고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여당은 이번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가 "탄핵소추 요건도 갖추지 못한 억지스러운 탄핵(소추)으로 행안부 장관 자리를 공석으로 만든 민주당의 정치적 책임이 결코 가벼울 수 없다"고 말하고 있고,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장관을 경질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장마 기간에 우크라이나까지 방문하면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에 공백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관의 탄핵이나 부재보다 더 중요한 건 재난을 막는 것이다. 그것도 재난이 눈앞에 도사리고 있을 때라면 국가의 모든 힘을 재난 방지에 모아야 한다. 그런데 장마 전 재해 대비는 고사하고 재해가 발생했는데도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며 정쟁으로 대치하고 있으니 우리 국민이 여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답답한 심정이다.
국회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 재난 방지를 효과적으로 이행 못한 국가의 부재,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뼈저리게 평가하며 재난안전 총괄·조정업무는 행정안전부(당시 국민안전처)에서 하는 내용의 재난안전법을 개정했다.
그런데 여야가 합의해서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통해 재난 컨트롤타워 실무 책임자를 행안부 장관으로 명시해 놓고, 수개월 동안 행안부 장관의 공석을 외면하고 있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 정부도 재난 컨트롤타워 실무 책임자 부재를 방치하면 안 되는데 여야 정쟁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
국회는 지난 2월 8일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다음 날 탄핵안을 받은 헌법재판소는 그 동안 네 차례 변론을 진행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탄핵안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르면 이달 말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부턴 재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돌아가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재난 현장을 지휘하는 행안부 장관의 모습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관할 소방서장이 행안부 장관 대신 재난 현장에서 총괄 브리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김삼기 / 시인·칼럼니스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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