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이라 미끄러워 한 손 놓치고 말았다
골든 타임 두 시간
[시작노트] 매미와 사귄 지 3년차이다. 첫 인상을 말 하려면 아직도 가슴이 떨리고 설렌다. 일생동안 이들은 나와 함께 사는 세상에서 제 철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왔다.
굼벵이로 땅속생활을 마치고 우화하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올 때 생긴 구멍이 궁금하여 숲에 가면 늘 번번히 손가락을 넣어보며 무슨 구멍인지 궁금해 했다.
저들의 우화 장면을 접하고부터 모든 의문이 풀리고 호기심이 폭증하였다. 만나고싶고 보고싶고 성장을 관찰하고 싶어 밤마다 공원을 배회하였다. 너무나 놀라운 사실은 바로 내가 사는 아파트의 벚나무 아래서도 우화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 일어나는 변화 과정은 알지 못하고 나타나는 현상만 보면서 그렇구나 하고 산 세월에 경종을 울려주었다.
장마때 우화하는 매미에게 날씨는 운에 속한다. 피해 갈 수 없는 그 시간, 우화 환경의 불편함은 견뎌야 하고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우화를 하며 성충이 되기를 꿈꾸는 긴장의 시간은 저들의 숙명이다.
눅눅한 날 개미의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실수하면 날지 못하는 치명타를 입기에 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곡예하듯 우화장소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사랑하면 미물인 대상을 위해서도 기도하게 된다. 저 정도 진행되었다면 두 시간만 버티면 날 수 있기에 안녕을 빌어주었다.
* 오정순 수필가/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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