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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컬럼] 미래 예측을 방해하는 악당들

불확실성 인정하고 믿음에 반하는 증거 탐색하며 대안적 관점 제시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2/09/07 [07:55]

[박성원 컬럼] 미래 예측을 방해하는 악당들

불확실성 인정하고 믿음에 반하는 증거 탐색하며 대안적 관점 제시

시사앤피플 | 입력 : 2022/09/07 [07:55]

▲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 연구위원    

미래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회의 지배적 의견에 거스르거나 때론 맞서야 하기에 쉽지 않다. 주류의 시각에서 벗어난 의견은 뾰족하고 모가 나 있어 사회를 아프게 하거나 불안하게 한다. 미래예측이 종종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다 보니 조직이나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미래예측을 '안전하게' 할 수는 없다. 누군가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게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듯, 지배적 의견에 편승하는 예측은 안전하게 느껴지지만, 예측의 쓸모를 증명하지는 못한다. 예측의 쓸모는 현재의 지배적인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낼 때 오롯이 드러난다. 미래는 현재와 다른 시공간이라는 가정에서 그렇다.

 

이런 점에서 미래예측을 방해하는 세 가지의 악당을 만나보자. 어쩌면 이 악당들은 안전한 미래예측을 추구하는 집단일 수 있겠다.

 

 

첫째, 데이터(패턴)만 믿을 수 있다는 악당.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2011년 9월부터 2022년 7월31일까지 7,768명의 피해 신고가 접수되었고, 이중 사망자는 1,784명, 건강피해자는 49만~5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정부가 피해를 인정한 건수는 4,114명에 이른다. 조기에 피해자가 확산하는 것을 막거나 피해자를 빨리 구제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여러 이유가 있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룬 책 '이규연의 로스트 타임'(2016)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케 한다. 가습기살균제가 처음으로 언론에 등장한 것은 2011년 8월이었고, 당시 32건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그러다가 2016년 1월까지 4년 5개월 동안 기사 건수의 추이는 잦아들었다. 여기까지의 데이터만 보자면 가습기살균제는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6년 2월이 되자 보도량은 갑자기 2,700건으로 폭증한다. 이때부터 이 사건은 급물살을 타고 국회의 국정조사, 옥시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2018년에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진상규명, 피해대책 마련과 제도개선에 나섰다.

 

누군가 2006년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소아 사망에 이른 사건을 눈여겨봤다면, 비록 이 사건을 두고 의학계에서는 '원인 미상'이라고 주장해도 한 번 더 의심했더라면, 2011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 조사한 중간결과를 발표한 뒤 근 5년 동안 이 사건을 다룬 기사의 수가 줄어들어도 이는 데이터가 줄어드는 것일 뿐 정확한 원인조사나 문제점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더라면, 피해자구제법이나 가습기살균제 생산 공장의 폐쇄, 참사규명법 통과 등을 좀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을까.

 

둘째, 현재의 추세만 고집하는 악당. 1970년대 말 세계는 오일쇼크를 겪고 역사상 처음으로 에너지가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을 때 얘기다. 당시 경제분석가들은 1980년대 들어 석유 수요량은 안정을 되찾고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증가율의 정도가 문제이지 대부분 우상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실제는 이들의 예측을 비웃듯 수요량은 급감했다. 경제분석가들은 1981년과 82년에 세계적 경기 불황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과소평가해 석유 수요량의 급감을 예측하지 못했다. 이들은 1970년대 후반 해마다 수요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맹신하고, 그 추세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예상치 못한 것이다.

 

셋째, 평균만 중요하다는 악당. 기후변화 연구자들은 온도 상승에 따라 지구가 어느 정도의 위험에 놓일 것인지 예측할 때, 팻 테일(fat tail)의 시각에서 접근한다. 통상적으로 세상의 대부분 일은 정규분포곡선을 따른다. 달리 말해 사례가 아무리 많아도 평균값 근처에 모여있을 확률이 가장 높고, 가장자리 값일수록 일어날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구의 온도 상승을 예측한다면 이번 세기 안에 1.5에서 4.5도 상승의 구간이 확률적으로 가장 높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은 비록 6도나 7도 이상의 온도 상승이 확률적으로 낮을지언정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사회적 파급력이 매우 높아 위험도로 예측하면 사회가 붕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규분포곡선에서 확률적으로 낮은 꼬리(tail)의 영역에 있지만, 발생하면 위험도는 매우 높은(fat)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평균값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진리를 추구한다면 예기치 못한 일에 열려 있어야 한다. 진리는 찾기 어렵고, 그것을 찾으면 혼란스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전개될 미래에 열려 있는 태도를 지녀야 다양한 상황에 놀라지 않고 적절하게 대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태도는 경영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룬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댄 로발로와 매킨지컨설팅의 올리비에 시보니는 5년에 걸쳐 사업상의 중요한 결정 1,048건을 연구한 결과,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믿음에 반하는 증거를 탐색하며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는 의사결정자들이 탁월한 CEO라고 보고했다.(히스 & 히스, 2013)

 

실제 이런 태도를 의사결정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고 그 결과에 대해 불안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안전한 예측에만 의존한다면 결국 미래적응력을 키울 수 없다.(출처 : 9월 6일, 국회미래원구원 '미래생각' )

                                                          *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 연구위원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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