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꺾이고 울 일 없었다면 진정한 나를 볼 수 없었을 거야
[습작 노트] 장마철에는 외출하기가 겁난다. 느닷없이 빗줄기가 굵어지다가 이내 그치기도 하여 때로는 비에 갇히기도 한다.
후두기던 비에 나리의 허리가 꺾이고 금새 바닥이 물거울로 변한다. 젊은 날의 어느 날이 기억에서 달려나와 감정이입 된다. 누구에게나 한번쯤 스쳐가는 생의 우기를 떠올린다
긴 생을 지나 안정기에 접어든 나는 종종 지난 날을 반추해본다. '만약에 그때 그렇지만 않았다면' 하면서 가상 현실로 생각을 키워본다. 그리고 위로한다. 그 우기가 없었다면 나는 과잉보호로 더디게 어른이 되었을 것이라고 감사해 한다.
빗물로 젖은 거리에서 뜰망으로 잡은 고기를 건져올리듯 마음의 못에 부유하는 감정 조각을 건져낸다.
의미만 찾는다면 모든 때는 좋다.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사앤피플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