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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기 시사 컬럼] 기울어진 3국 정상회의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08/19 [17:05]

[김삼기 시사 컬럼] 기울어진 3국 정상회의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08/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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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3국 정상회의 협의체는 기존 한중일 정상회의와 어제(8월 18일)부로 출범한 한미일 정상회의까지 두 개 있다.

 

먼저 한중일 정상회의는 1990년대 후반 일본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아세안+3 정상회의 연장선상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일본은 G2로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아시아 패권국가였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그 후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아세안+3 정상회의서 독립된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하여 2008년 제1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일본 후쿠오카서 개최됐다. 사무국은 우리나라 서울에 뒀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경제협력 및 관계개선, 재난대책 등의 강화를 목적으로 한 한중일 정상회의는 3국이 돌아가면서 매년 주관해왔고 2019년 8차 정상회의(중국)를 끝으로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순서대로라면 9차 정상회의는 한국서 열릴 차례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15년 만에 파행 길로 들어선 이유는 3국 간의 갈등, 즉 한·일 갈등(독도,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 한·중 갈등(북한 핵개발 묵인, 사드 배치), 중·일 갈등(센카쿠 열도 등 영토분쟁)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이유가 2010년 중국의 G2 부상으로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이 한중일 관계를 깨기 위한 접근을 지속적으로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중·일 갈등 때마다 계속 일본을 지지했고, 한국에도 한·일 갈등에서 한국 손을 들어주진 않았지만 동맹을 강조하면서 계속 손을 내밀었기 때문에 한중일 정상회의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는 게 국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주장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결국 8월 18일 정례화된 한미일 정상회의가 미국 대통령 전용별장 캠프 데이비드서 개최됐다. 그리고 한미일 3국 정상은 정상회의서 합의 내용을 문서화 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이하 정신),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원칙),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공약) 등 3건을 채택했다.

 

지금까진 다자회의 때 시간을 내 잠깐(몇 십분) 만나는 식의 한미일 정상회의가 전부였지만, 어제 한미일 정상회의는 정례화된 정상회의로서 오직 3국 정상만 모여 군사안보는 물론 경제안보, 첨단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3국 모두 위대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특히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에 대한 미국 정치인이나 언론의 반응을 보니,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언급했다. 한미일 정상회의가 성립되려면 한·미, 한·일, 미·일 갈등이 없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이 3자변제를 기점으로 오염수 문제 등 통 큰 양보를 통해 한·일 갈등을 해소했기 때문에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중일 3국 관계는 한·중 동맹, 한·일 동맹, 중·일 동맹이 따로 없어 3국이 머리만 잘 맞대면 시너지효과를 크게 낼 수 있다. 그러나 한미일 3국 관계는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 관계는 튼튼하나 아직 한국과 일본은 동맹 관계를 맺지 않고 있어 향후 한·일 갈등이 불거지면 한미일 정상회의도 파행으로 가기 쉽다. 그래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공약에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명시됐다고 한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했다. 일본이 아시아서 패권국가를 지키고 미국을 뛰어넘는 국가를 꿈꾸며 그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한중일 정상회의를 제안했듯이 미국도 전 세계서 패권국가를 굳히고 유지하기 위해 중국 앞마당에 위치한 한국과 일본에 한미일 정상회의를 제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중일 정상회의가 시작될 당시 미국이 일본과 한국에 손을 내밀어 중국을 견제하면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무산시키려는 시도를 했듯이 중국도 한미일 정상회의를 무산시키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을지 모른다.

 

정치·외교적 논리로 보면 그럴 리 만무하지만, 만약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위해 북한을 회유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에 접근하고, 일본에도 영토분쟁이나 경제협력 분야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쓴다면, 아직 살아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다시 부활 할 수도 있다.

 

필자가 일요시사 1414호(2월 13일자) ‘김삼기의 시사펀치’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는 살아나고 한미일 정상회의는 정례화돼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는 한미일 관계만큼이나 한중일 관계도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중러 관계서 키를 잡고 있는 중국이기에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한반도서 중국은 그만큼 중요한 국가다. 기울어진 3국 정상회의로 인해 우리나라가 치명적인 피해국가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급변하는 경제안보시대에 걸맞게 우리나라가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를 통해 경제안보를 챙겨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한중일 경제공동체가 전 세계의 GDP 25.5%, 교역 19.7%, 외환보유 40.1%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가 휴면상태에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빨리 회복시켜 한중일 경제공동체를 통해서도 새로운 경제 발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어제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이동관 특보가 인사청문회서 “앞으로 좌로 기울어 있는 방송통신 운동장을 우로도 기울지 않는 수평을 유지하는 운동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가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미일 정상회의 두 협의체에 대해 수평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 김삼기 시인/컬럼니스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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