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경제의 하강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으로, 경제위기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과잉투자로 인한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이다. 자산시장에서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있으며, 실물시장에서도 생산저하와 고용감소가 깊어지고 있다.
위기를 막기위해 중국정부는 재정투입으로 기업부문과 금융부문의 부실을 해결하고 실물경기를 지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결과로 경제를 앞에서 끌어온 정부부문의 재정지출 역량이 떨어지고 성장잠재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과잉투자로 인한 경제위기는 거시경제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거의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서 이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그렇지만 경제위기를 맞는 나라마다 스토리는 다르다. 중국경제의 현재 상황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글로벌 경제전문가, 특히 선진국 경제전문가들이 현재 중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최근내놓는 분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상황에서 중국경제가 앞으로 어떤 경로로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중국이 어디로 가든 중국의존도가 높지 않은 선진국 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과 무역거래를 하고 금융거래를 하면서도 상이한 체제하에서 움직이는 중국을 경계해온 선진국들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일견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들 입장에서는 영향이 작기를 바라겠지만, 현실은 중국이 공급사슬이나 투자관계에서 세계경제에 이미 깊이 들어와 있어 중국의 경제위기는 세계경제 위기로 진행될 수 있다.
다만, 그 동안 선진국들에서 발생한 위기든 후진국에서 발생한 위기든 그 해결은 대개 선진국들이 떠맡아 왔는데, 중국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있을 것이니 큰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셈법은 전적으로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중국으로서는 선진국들의 협조를 기대할 수 없으니 그만큼 부담이 더 크다. 선진국들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의 투자가 자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발도상국들은 중국경제의 침체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선진국에 들어왔지만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외부에 미치는 영향보다 중국경제 자체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중국은 30년간 고도성장을 해왔다. 어느 나라도 고도성장을 오래 지속할 수는 없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 3국은 모두 고도성장기를 거쳤다. 그 결과로 일본과 한국은 차례로 선진국에 진입했다.
그런데 중국은 아직 중진국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고도성장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08년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19년에 시작된 감염병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국정부는 재정자원을 많이 소진했다. 이로 인해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고 경제를 다시 띄우는 데 쓸 수 있는 재정자원은 충분치 않은 상태다.
그래서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견인해온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을 기대할 수 없고, 정부의 보조금으로 급성장한 전기차 등 신기술 업종들은 더이상 관대한 정부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과잉투자된 분야들을 구조조정하는 것만이 유일한 출구다. 구조조정 없이 정부가 재정으로 부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면 장기적으로 중국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보다 깊은 곳에 있는 중국경제의 문제는 구조조정과 병행되어야 할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혁신과 기업가정신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기술혁신에는 민간부문의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혁신보다 복종을 원하는 공산당 지도자들 밑에서 기업가정신이 발휘될 수는 없다. 당에 충성하는 정부관료들이 건설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신기술 보조금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혁신을 일으킬 능력은 없다. 감염병사태로 중국의 문이 닫히기 전에 필자는 몇차례 중국의 바이오 기업들을 방문했다.
천인계획, 만인계획 등으로 귀국한 해외유학파 인재들이 세운 기업들이 많았다. 특이한 것은 민간기업인데도 임원이 보스를 같이 만나자고 해서 만나보면 당간부였다. 또한 미팅이 끝난 뒤 필자에게 귓속말로 이 사람들 말을 다 믿지 말고 기술탈취에 조심하라고 귀띔해주는 임원들도 있었다. 최근 중국의 빗장이 풀려 중국에 가려고 비자를 신청하려고 하니 필자의 자녀, 돌아가신 부모를 포함, 가족들에 대한 정보를 기재해야 해서 비자신청을 포기했다. 외국인이 북한 비자를 신청해도 가족사항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
중국은 더 이상 덩샤오핑의 중국이 아니며, 장쩌민이나 후진타오의 중국도 아니다. 경제가 잘 작동하려면 시장과 공공부문의 역할이 보완적이어야 한다. 기업인이 당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언제든지 기업을 뺏길 수 있는 나라에서 시장경제가 작동되고 산업발전을 위한 혁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 중국몽은 목표는 좋지만 방법이 틀렸다. 이대로 가면 중국이 선진국이 되려는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
*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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