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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심리학 컬럼] 성공보다 나은 행복을 경험하는 가정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09/13 [15:07]

[박상준 심리학 컬럼] 성공보다 나은 행복을 경험하는 가정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09/13 [15:07]

▲ 박상준 작가(목사 / 심리전문가)


미국의 심리학자이며 합리정서행동치료
(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 REBT)의 창시자인 알버트 앨리스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반복되는 편도염과 신장염으로 고생했는데, 부모님은 몸이 아픈 그를 조금도 돌봐주지 않았다.

 

부모님의 무관심과 거절은 알버트 앨리스에게 그 인생이 계속되는 실패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하였는데, 그는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19살 방학이 시작되었을 때 조금은 엉뚱한 실험에 도전하게 되었다. 뉴욕의 식물원 앞에서 백 명이 넘는 여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던 것인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단 한 명이 데이트를 승낙했지만 그 사람도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백 번이 넘는 거절을 당한 후에 알버트 앨리스는 거절은 당했지만 오히려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었던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견뎌낼 수 있었고, 누군가에게는 바보같아 보일지라도 자기 자신이 실패 그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성()과 사랑에 관한 많은 양의 독서를 하며 연구를 시작하였고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이 분야의 심리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전문적인 심리학 교육을 받은 알버트 앨리스는 다양한 임상과 연구를 통해 인간이 정신적 혼란을 겪는 것은 그 문제에 대한 자기 자신의 관점 때문이라는 에픽테토스의 관점을 기반으로 REBT를 창시했다.

 

필자는 알버트 앨리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조금씩 직면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도전들이 의미 있게 느껴질 때가 많다. 힘들지만 상황을 견뎌내며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응당 받아야 했던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한 일은 여전히 안타깝게 느껴진다. 고난을 이겨내고 콤플렉스를 성공으로 바꾸어낸 것은 너무도 멋진 일이지만 그 성공 역시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엄마, 아빠와의 관계는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5~6세까지는 부모로부터 수용과 사랑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용과 사랑을 기본적인 토대로 엄마, 아빠가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는다는 신뢰가 쌓였을 때, 비로소 지나치게 과잉보호하지 않고 억압하지도 않는 적절한 선에서 부모가 일관성 있게 아이를 양육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부모와 아이가 서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은 타고난 기질 등으로 인해 각자가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를 일원화하여 그 성장과 양육의 방법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낙심하거나 심리적 상흔으로 남을 수 있는 무관심과 거절의 기억이 남지 않도록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돌봐주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11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기본적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작가로서 기본이 되는 문법도 틀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1837년 인어공주에 이어 1843년 미운 오리 새끼를 발표함으로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안데르센도 자신이 받았던 집단적 괴롭힘과 시기, 질투, 미움을 받았던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미운 오리 새끼라는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켰지만 본인 스스로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루지는 못했다.

 

 

필자는 알버트 앨리스나 안데르센처럼 주어진 고통을 이겨내고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갈망했던 것이 행복하고 희망이 있는 가정이었다는 것을 되돌아볼 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정 안에서 작은 행복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박상준 작가(목사, 심리전문가)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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