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로고

[채수찬 컬럼] 이념편향의 경제정책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09/14 [08:26]

[채수찬 컬럼] 이념편향의 경제정책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09/14 [08:26]
본문이미지

▲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필자는 지난 정부 시절에 당시 경제정책을 평가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은 실패, 공정경제는 부분성과, 혁신경제는 무개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정책의 입안과 실행에서 실사구시하는 접근을 버리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책을 너무 멀리 밀고 나갔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는 경제원리에 맞지 않는 정책을 추진하여 목표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낳는 일이 많았다.

 

목표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고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를 막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노동정책을 예로 들면,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고,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비현실적으로 추진하여, 결과적으로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은 줄어들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증가하였다.

 

부동산 정책에서도 증세와 규제강화 일변도의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고 자산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지난 정부의 경제정책과는 기조가 다르다. 지난 정부가 정부주도형이라면 현 정부는 시장메커니즘을 더 활용하려고 한다.

 

지난 정부가 노동친화적이라면 현 정부는 더 기업친화적이다. 지난 정부가 세금을 올리는 쪽이라면 현 정부는 세금을 내리는 쪽이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이념편향적 정책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는 점이 같다. 거시경제정책을 보면, 지난 정부가 방만한 재정정책을 편 것과 반대로 지나친 긴축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경제 하강,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거시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확장정책을 펴야 할 상황인데 오히려 긴축정책으로 정부지출을 줄여 경기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더욱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기술혁신 정책에도 긴축을 적용하여 R&D예산을 줄이는 등 어리석은 정책을 펴고 있다.

 

그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R&D예산의 효율적 집행이겠지만 이는 ' 작은 것을 탐내어 큰 것을 잃는' 접근법이다. 필자가 카이스트의 예산집행을 책임지는 일을 맡고 있을 때 예산부서 실무자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했던 말이 있다. 그리스 말의 학교나 학자는 여유(schole)와 같은 뿌리를 가진 말이다.

 

연구나 교육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비효율을 용인해야 한다. 미래에 투자하는 R&D예산을 효율성을 높인다고 일률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정말 근시안적인 일이다. 지난 번 정부는 정책결정에서 전문가들의 견해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을 이해집단으로 취급하여 적대시하기까지 했다, 현 정부는 전문성을 중시하기는 하나, 이념의 잣대로 전문성을 재단하는 바람에 한 쪽으로 기울어진 전문가들의 목소리만을 듣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균형감각 있는 유능한 정책결정자들이 정책결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 서양 속담에 '어느 구름에도 은빛으로 빛나는 부분이 있다'는 말이 있다. 지난 정부의 경제 정책이 잘 못 된 게 많지만 한 가지 결과적으로 잘 되었던 부분이 있다.

 

방만한 재정지출로 퍼주기 정책을 폈는데, 예상치 못한 감염병 사태가 터져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퍼주기 정책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선제적인 확장정책으로 경제위축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정책결정자가 모든 사태를 예견할 수는 없으므로, 정책의 성패는 사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거시경제정책도 현재로선 지나친 긴축이라고 판단되지만, 우리가 지금은 알지 못하는 어떤 이유로 지나고 보면 잘 된 정책이 될 소지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한국은 운이 좋았다. 한국경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발전하여 선진국 대열에 끼게 되었다. 그러나 운이 항상 통할 수는 없다. 원모심계하는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시사앤피플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