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2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평소 자주했던 말을 인용했다. 윤 후보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고, 이 후보는 “인사가 만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엔 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가 2년 전 대선후보 당시 김영삼 대통령 추모식에서 했던 말이 서로 바뀐 처지가 됐다. 윤 대통령은 계속 되는 인사 실패를 고민해야 하고, 이 대표는 구속은 피했지만 재판에서 계속 목 죄어오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10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라올 것이라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필자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모 의원실에 확인해보니, 야당 의원들이 11일 법무부 감사에서 현 정부의 인사시스템 작동을 집중 검증하겠다는 분위기다.
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 문제를 법무부 감사에서 다루는지는 누구나 알다시피 윤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 만에 개정령안을 통해 고위공직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 정보의 수집·관리 권한을 기존 대통령비서실장 외에 법무부 장관에게도 위탁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원래 전 정부까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맡았는데,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민정수석비서관실을 없애고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로 이관한 것이다.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의 핵심은 고위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권한을 인사혁신처장으로부터 위탁받은 법무부장관이 행사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과도한 권한이 쏠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자 법무부는 법무부장관은 중간보고를 일체 받지 않는 방식으로 검증과정의 독립성을 완전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인사정보관리단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은 먼저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실에서 공직후보자를 3~5배로 추천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보내면, 인사정보관리단은 후보자를 1차 검증한 후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고 법무부장관은 검증보고서를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전달하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차(최종) 검증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권한과 책임이 큰 인사검증 시스템이다.
그런데 인사정보관리단은 첫 번째 검증 대상인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검증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송 후보자와 김 후보자는 인사정보관리단 검증을 통과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검증까지 마친 상황에서 각각 과거 성희롱 발언과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으로 인해 자진 사퇴했다.
박순애 전 부총리도 주요 검증 대상 중 하나인 음주 운전 전력이 있었음에도 내정됐지만,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만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을 발표해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정책을 철회하고 취임 35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당시도 인사정보관리단의 부실 검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후보 검증 때도 정 후보자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로 정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유무 자체가 논란이 됐다, 그런데 법무부는 '정 후보자 인사검증'과 관련한 언론의 질의에 "검증이 있었는지 자체를 확인해 드릴 수 없다"라고 답했다. 당시 언론은 이런 '모르쇠 반응' 때문에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부실 검증이 나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현 정부 들어 거듭된 인사 실패에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최근 대통령실이 지명한 신원식 국방부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행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임명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까지 신설하며 인사검증 차별화를 내세웠는데 검증의 문제인지, 국민적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는 인식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장관은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초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민정수석은 국회 출석도 안 했다. 근데 앞으로 인사검증이라는 업무 영역이 국회의 질문을 받게 되고 감사원의 감사, 언론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영역이 되는 것"이라며 "과거 정치권력의 내밀한 비밀업무라는 영역에서 늘공(늘 공무원)들의 통상 업무로, 감시받는 업무로 전환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의 이 발언 자체가 이번 국정감사에 성실히 임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한 장관은 국회에서 "인사검증은 1차적으로 객관적 검증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있고, 그 상관이 저니까 책임을 느끼는 건 맞다"면서도 "제가 관장하는 기관에서 있었던 것이고 그에 대해 제가 정무적 책임을 느껴야 되는 것이다"고 하면서 정무적 책임감 외에 별도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적이 있다. 이 문제도 한 장관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책임 한계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 사안이다.
현재 인사정보관리단엔 감사원, 국정원, 국세청, 경찰청, 금감원 등 사정·감독기관에서 파견된 전문 인력이 배치돼 있다. 이 때문에 업무 협조 등의 형태로 국세청이나 금감원 등에서 영장 없는 정보 수집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의 내부 지침이나 규칙 등 업무 매뉴얼도 '부작용'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부분도 한 장관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공개 여부를 분명히 답해야 한다.
현 정부는 2년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언급한 “인사가 만사다”는 말을 새겨 들어야 한다. 특히 한 장관은 “국가는 경제 문제로 망하기도 하지만, 인사 문제로 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김영삼 대통령의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국감장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과 영수회담 제안 관련 문제로 인해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부실 문제가 묻히는 일이 절대 없기를 바랄 것이다.
* 김삼기 작가(컬럼니스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진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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