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볼까, 훔쳐 갈까! 텃밭 모퉁이에 호박잎으로 감춰둔 가을금덩이
- 작가 이시향
[쪽 수필] 한 선배가 남편 은퇴 후 귀농을 선택했다. 첫 해에 호박농사를 짓기로 했다. 포크레인으로 구덩이를 파고 거름을 준 다음 호박씨를 묻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변화, 손바닥 만한 호박잎이 점점 커지며 바람에 파도를 타는 풍경은 누가 상상해도 싱그럽다. 선배는 푸른 들녘으로 바뀔 때의 환희심을 노래할 때 행복해보였다.
게다가 작황이 좋아 어린 호박 열매를 달고 핀 노란 꽃별이 초록덤불 속에서 반짝거릴 때, 어느 이유식 회사에 호박을 납품하기로 계약도 맺었다. 누렁이 호박이 금덩이가 되었고 판로를 걱정하지 않는 농부는 성공적 귀농 사례가 되었다.
출하 날을 잡고 가보니 밤새 농산물 털이범들이 호박을 다 따가 버렸다. 농심까지 도둑맞고 허탈해했다. 시인네 호박처럼 누가 볼까, 훔쳐 갈까 큰 호박잎 뒤로 숨어버린 금덩이만 남아서 애잔한 사랑을 받았다는 뒷이야기다.
노부부는 잃은 금덩이를 정착 교육비로 생각하고 다음해에 무엇을 심을지만 생각했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선배의 남편이나 아버지나 괴테나 세월이 가르친 교훈이 닮았다. 잃은 것 애석해 할 시간에 생각해서 변화될 것에 마음 두고 미래에 희망을 두라 하셨지. * 오정순 수필가/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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