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법적 분쟁을 겪는 사건 당사자들이 주로 하는 말이 있다. 서로 ‘법대로만 해달라’고들 한다. 자신의 주장이 옳으니, 법대로만 하면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거라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법은 ‘1+1=2’처럼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오히려 기준과 절차만 정해주고, 답은 그 과정에서 찾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돈을 빌려주고 못받았다면 민사소송을 할 수도, 사기 고소를 할 수도 있다. 빌린 적이 없다는 상대방에 맞서 법대로 해달라고 하려면 차용증이나 송금내역 등의 증거가 있어야 한다. 증거 없이 법대로 해달라고만 하면, 법은 어떤 답을 내려줄까. 증거 불충분으로 패소일 수밖에 없다.
이십여년전 초임검사로 근무하던 시절 만났던 고소인은 정말 어렵사리 모은 돈이라고 하소연을 했다. 현금으로 주었고, 친한 사이라 믿었기에 차용증도 받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오리발을 내밀 줄은 몰랐다고 했다. 고소인의 진심은 느껴졌으나, 법대로 하자면 혐의없음 처분으로 기우는 상황이었다.
직접 증거는 부족하지만 간접 정황 증거라도 될 만한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고소인과 장시간 면담을 하면서, 고소인으로부터 돈을 빌려주었다는 말을 들은 사람, 상대방으로부터 고소인에게 돈 줄 게 있다는 말을 들은 사람, 돈 갚으라고 둘이 다투는 것을 봤다는 사람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들로부터 진술을 받아 기소를 했고, 재판 과정에서 상대방은 잘못을 인정하고 돈을 갚았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는 없고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실이니 믿어달라고만 해서는 안 되고, 법대로 해서 진실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고 이를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계약이나 약속은 반드시 서류화해서 하고, 최소한 문자메시지나 통화 내용 녹음이라도 남겨두며, 근거가 남지 않는 현금 거래는 가급적 피하고, 당사자 둘 외에 관련 경위를 아는 다른 사람도 두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증거들을 확보해두어야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법대로 해달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법적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게 된다.
계약서 등 근거를 명확히 해놓으면 상호 간에 주장이 달라질 여지도 없게 되고, 서로 ‘법대로만 해달라, 그러면 내가 이긴다’고 동상이몽을 하면서 쓸데없이 다툴 일도 줄게 될 것이다.
분쟁이 발생한 후에야 증거가 될 만한 게 있는지를 부랴부랴 찾고 ‘친해서, 믿어서’라는 이유로 자료를 남겨두지 못한 불찰을 후회하면 너무 늦다. 그런 차원에서 법률적인 조력도 사후대응 못지않게 사전자문이 중요하다.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자료와 근거를 명확히 해두자, 그것이 바로 법대로 해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로운 지름길이다.
*진재선 중앙N남부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前서울중앙지검 3차장)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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