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향해 쏴라 - 김병수
[쪽 수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노랗고 여린 달맞이 꽃의 전설은 서럽다. 사랑하는 님프를 모함하여 제우스를 화나게 하여 달이 비치지 않는 곳으로 쫓아버렸다.
제우스가 방해를 하는 통에 둘은 끝내 만날 수 없었고 달을 사랑했던 님프는 병들어 죽었다. 제우스는 님프를 땅에 묻어주고 안쓰러워 그녀의 영혼을 달맞이꽃으로 환생시켜 주었다는 이야기다.
초가을 볕이 따가와지면 달맞이꽃대가 불쑥 키를 세운다. 어느새 꽃 지고 금종지에 씨앗 품고 익힌다. 시인은 그 씨앗을 총알로 읽는다. 전쟁이 있는 국제 정세 때문이리라. 씨앗이 여물면 금빛 총알집이 열린다.
바람의 힘을 빌려 흔들리고 쓸리면서 벌어진 종지의 총알을 비워낸다. ‘장전’ ‘쏴라’시어로 보면 사는 게 전쟁이다. 흩어져서 다른 종을 이기고 그 자리 차지하여 살아내야 한다는 침묵의 명령어도 담겼을 것이다.
해질녘, 저렇게 많은 씨앗 총알을 장전하고 봄을 향해 겨누는 달맞이 포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다.
ㅡ웨딩 바람이여 불어라. 정자를 장전한 청춘 남, 달맞이꽃들과 함께 봄 처녀들에게 권총을 쏘도록.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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