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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특별 컬럼] 한국 지성의 위기를 통탄한다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11/09 [16:38]

[최광 특별 컬럼] 한국 지성의 위기를 통탄한다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11/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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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 대구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석좌교수    

 [시사앤피플] 오늘날 학문과 지성의 정도(正道)가 망각되고 사이비와 속설(俗說)이 판을 치고 있다. 정도를 벗어난 학문으로 권력자에게 아첨하는 곡학아세(曲學阿世)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이 지성들의 기개가 죽고 학자들이 의(義)보다 이(利)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던 적이 예전에 있었던가?  

 

시대 상황에 맞게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올바른 처방을 고민하는 지성인도 더 이상 찾기 힘들며, 설사 내면적으로 그러한 지성인이라 하더라도 이를 밖으로 드러내놓고 설파하고 공론화하는 용기 있는 지성인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좌파 지성들의 역사 인식, 그리고 현실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서는 결정적인 오류들이 발견된다. 좌파 사회주의 사상은 개인보다 집단을 앞세우며 인간의 이성으로 세상을 설계하면 현실에서 인민이 다 같이 잘 사는 지상낙원의 건설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상 천국이 아닌 지옥이 창출되었기에, 그들의 진단과 처방이 틀렸음을 역사는 여실히 증명했다. 그럼에도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미 멸망한 사회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 곡학아세하고, 사회주의의 유일한 잔존세력인 북조선인민공화국과 동조하고 협력하려는 세력들이 활개를 펴고 나라를 쥐락펴락한 것이 문재인 정권이었다. 지구상 어느 나라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국민이 일당 독재 공산주의 전체주의를 찬양하는 경우가 있는가?

 

작금의 좌파 지성들이 내세우는 국정운영의 큰 주제와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들을 살펴보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민주’ · ‘평등’ · ‘평화’라는 미명으로 교묘히 위장하면서, 자신들이야말로 시대적 과제의 해결사라 자처했다. 그들은 ‘민주’를 부르짖었으나 ‘독재’와 ‘폭정’을 일삼았고, ‘평등’을 강조했으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며 ‘평화’ 타령을 외쳤으나 ‘전쟁을 막는 국방’을 망가뜨렸다.

 

좌파 지성들이 자본주의의 과실을 향유하면서, 사회주의적 환상에 젖어 오류를 부인하며 진보로 위장하는 것은 참으로 뻔뻔스러운 모습이다. 무지 무식이란 측면에서는 우파 지성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칭 우파 지성 중에서 자유주의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좌파들의 그릇된 진단과 처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반(反)시장적 정책이 홍수를 이뤄도 침묵하기 일쑤이고,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을 외치며 비판하는 사례도 거의 없다.

 

오랜 옛날 우리 선비들의 활동에 비해서도 오늘날 우리 지식인들의 모습과 처신은 심히 부끄럽다. 애국심을 가슴에 품은 지성은 보이지 않고, 급변하는 세상에 크고 작은 국가적 과제가 등장해도 그 과제를 천착해 타개책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을 만나보기 힘들다.

 

선조 4년(1570년), 조선 반도를 휩쓸고 있는 위기의 타개책으로, 당시 35세의 율곡(栗谷) 이이(李珥)가 왕에게 올린 상소문 ‘의진시폐소’(擬陳時弊疏)에서 울부짖는 내용과 자세를 보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지성이 무엇을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지가 너무나도 명약관화하게 드러난다.

 

의진시폐소의 주된 내용은 △모든 궁전 운영 경비의 감축 및 왕에게 진상하는 모든 공물의 감축 △왕실의 제사 간소화를 통한 제사 비용 절감 △중앙의 관청 통폐합 및 지방 고을 통합을 통한 공무원 인력 감축 △예산 낭비 요소 근절을 통한 경비 절감 △지방 관직을 중시하는 인사로 지방 수령들로 하여금 민생 챙기기에 적극 나서게 할 것 △부당한 정치적 판결들을 바로잡아 대중들의 억눌린 마음을 풀어줄 것 등 여섯 가지의 방안을 담고 있다. 오늘날 우리 재정운용에 엄청난 낭비가 있음에도 낭비의 실상을 지적하고 낭비를 막을 비책을 제시한 학자는 없다. 그리고 온갖 핑계로 예산 확대만 주장한다.

 

일상의 생활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사고를 매일 경험한다. 인간의 잘못으로 야기되는 각종 사고와 자연이 초래하는 천재지변의 피해는 그 규모가 아무리 크더라도 단기적이고 치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잘못된 사상과 지성으로 인한 피해는 장기적이고 많은 경우 치유가 불가능하다. 이점을 분명히 깨닫고 지성인들은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해야 한다. (출처 : "한국 지성의 위기를 통탄한다”는 11월 8일자 대한경제)

 

*최광 대구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석좌교수 (前 보건복지부 장관),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고문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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