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로고

[유희수 컬럼] 우리나라는 언제 과학 분야 노벨상을 탈 수 있을까?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11/10 [15:55]

[유희수 컬럼] 우리나라는 언제 과학 분야 노벨상을 탈 수 있을까?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11/10 [15:55]
본문이미지

▲ 유희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지원실장    

 [시사앤피플] 19세기 후반, 화학과 공학을 공부한 과학자이자 발명가이면서 경제적 부를 이룬 스웨덴의 한 사업가가 유언을 남겼다. “내 재산의 이자로 매년 전 인류를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상금을 주어라.” 123년을 이어온 세계 최고 권위의 상, 노벨상은 이와 같은 유언을 남긴 알프레드 노벨에 의해 만들어졌다.


노벨은 생전 고체 폭약인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는데, 이 폭약이 건설 현장이나 광산 등에 널리 사용되면서 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이너마이트가 산업용으로만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전쟁에 무기로 쓰이면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기도 했다. 자신이 만든 발명품이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변하게 되자 노벨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던 중 그의 형 루드비히 노벨이 사망했을 때 프랑스의 한 신문에 부고 기사가 실렸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죽음의 상인, 알프레드 노벨 사망하다!” 그것은 신문사의 실수로 인한 오보였으나, 그 기사를 읽게 된 노벨은 큰 충격과 함께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국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면서 노벨상이 만들어졌다.

1901년에 시작된 노벨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총 여섯 개 분야에 상이 수여된다. 매년 10월 분야별 수상자가 발표되고, 그해 12월이 되면 시상식이 열린다. 노벨상이 가지는 권위와 명성, 그리고 전 세계적 관심으로 인해 10월을 노벨상의 계절이라 부르며, 많은 언론에서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노벨상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상이나, 어느 나라가 얼마나 많은 노벨상을 가져갔는지가 모두의 관심사이다. 마치 국가 대항전을 보는 듯하다. 과학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아직 우리나라는 과학 분야의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어 이 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부러움이 잔뜩 묻어 있다. 한편으로는 자존심도 꽤 상해있다.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타지 못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이웃나라 일본이 24명이나 되는 과학 분야 수상자를 배출한 것이 또 하나의 큰 이유이다. 일본에 지면 더 분하고 속상하다. 그러면서 언제쯤 우리도 과학 분야 노벨상을 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과연 우리나라는 언제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탈 수 있을까? 미래의 노벨상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우리나라 상황을 살펴보면 당장 노벨상 수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반세기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에 꽤 많은 투자를 해 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세계 최상위권으로 유지하면서 정부가 많은 지원을 했고, 그 결과 과학기술 분야의 정량 지표들을 상위권으로 올려놓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쌓은 노력과 결실들이 노벨상을 받는 것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공공부문에서 과학기술 연구소의 맏형격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966년에 설립되었다. 이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과학기술의 토양을 다지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이다. KIST 설립은 과학기술로 경제 발전과 산업화를 이루기 위한 정부의 목표가 그 배경이 되었고, 설립 이후 KIST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국가와 산업계에 필요한 기술개발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었다. R&D에서 R이 아닌 D를 한 것이다. 국내 최초로 전자계산기와 컬러TV를 개발했고, 포항제철 건설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우리 산업계에 핵심 기술들을 제공했으니, 그 공로야말로 노벨상 이상이다.

이후 기초과학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이 2011년에 설립되어 이제 겨우 12년이 흘렀다. 일본과 비교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소인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는 1917년에 문을 열었다.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기초과학 연구에 있어 우리의 역사가 너무 짧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2011년부터 2019년까지의 노벨상 수상자를 분석한 결과, 연구자가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의 시간(노벨 시차)이 물리학상은 28년, 화학상은 30년, 생리의학상은 26년이나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화학상 수상자인 알렉세이 예키모프 박사의 경우 최초의 양자점(퀀텀닷·Quantum Dot)인 염화구리 나노입자의 합성에 성공한 때가 1980년이므로, 노벨상을 받기까지 무려 43년이 걸렸다. 더욱이 노벨 시차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고 하니, 우리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은 앞으로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대학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대학의 교수 중에는 외국, 특히 미국에서 해당 분야 대가의 제자인 경우가 많다. 노벨상의 절대 강국인 미국에서 선진 과학기술을 배우고 국내 대학에서 해당 연구를 계속 이어 나가는 것이 나쁘지는 않으나, 신진 연구자라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특히 노벨상은 최초의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제자인 교수가 후속 연구로 훌륭한 결과를 내더라도, 노벨상은 결국 스승의 몫이 된다.

“세상에 명예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노벨상을 타는 것 같이 명예로운 일은 없다. (중략) 조선인으로서 노벨상을 탈 만한 사람이 출생하기까지는 지식계급이 아직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겠다.” 1923년 9월 13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글이다. 우리의 노벨상 앓이는 이미 백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언제까지 그 앓이를 계속할 것인가.

 

이제는 아무도 하지 않는 새로운 연구에 보다 많은 과학자들이 도전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묵묵히 한 우물만 파는 과학자가 존중받고, 실패를 거듭하는 과학자도 어디 가서 기죽지 않는 연구 환경이 만들어져,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출처 : 국회미래연구원 미래생각 11월 7일자)

 

유희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지원실장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시사앤피플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