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도 신선할까
무생물을 생물이
- 작가 신은미
[쪽 수필] 나는 굳이 시인의 글을 해설할 의무감을 가지지 않는다. 공유하거나 확장하면서 작품과 더불어 즐길 셈이다.
장독을 가로지르는 저 나팔꽃 줄기가 이렇게도 신선할까.
나팔꽃이 코를 킁킁거리며 익어가는 장맛을 맡고 있다. 장독보다 장을 품고 있는 독에 대한 예의이리라. 누가 감히 껍데기는 가라고 할 것인가. 독이 장을 끌어안아 장독이 되거늘.
ㅡ 이보오 나팔꽃님, 장독만큼 배포 큰 사람이 품은 저 짠맛을 인생 살아가는데 어떻게 요리하며 간을 맞출지 짐작이라도 가는 거요? 그러고 보니 부지런하게 해 기운 받아 양기 충전하여 좋은 장 정탐하러 다니는가보군요.
자고로 짠 것 치고 썩는 것 못 보았오. 당신은 참 좋은 몫을 택했오. 꼿꼿하게 서지 못하는 태생 불만에 대해 자유로와집시다. 타고 오를 수도 있고 서로 도와 길을 내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그 높고 귀한 탤런트를 귀하게 여기겠습니다.
생물은 생물을 알아본다지요. 속내까지 꿰뚫어 보고 장독같은 인물을 알아본 게지요. 실로 놀라운 일이지요. 품이 큰 당신, 저 환한 얼굴 좀 봐요.
촉은 감지하는 능력이요 감은 느끼는 능력이니 저 살아있는 나팔꽃은 촉과 감을 다 가지고 장독을 끌어안고 있다. 한 편의 디카시를 보며 생각을 확장하는 즐거움이라니.
* 오정순 수필가/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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