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하나 감추고 온 몸이 풀렸다
얼굴 하나 잘 보이려 온몸 굳어 살아서지
- 변지원
[쪽수필] 북유럽 여행 중 덴마크에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광장에 이르렀을 때, 재즈 연주 소리가 들렸다. 피리 소리에 쥐 따라 가는 동화처럼 잠간 사이에 군중이 몰려들어 악단을 에워쌌다.
그날이 세계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 날이고 우승팀이 광장에서 공연을 하는 거였다. 나도 군중 속으로 빨려들어 어느새 어깨동무를 하고 리듬을 탄다.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다.
동양인인 내가 나이든 어른이란 걸 눈치채지 못하는 것같았다. 양팔을 통해 음악이 물처럼 흐른다는 걸 느꼈다. 그 하나된 힘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이 폭 넓은 강물의 흐름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주저했을 참여다. 행여 아는 사람이 보고 입질에 오를까 싶어 가던 걸음 멈추고 다리를 끄덕거리며 몰래 흔들거렸을 것이다. 나는 남편에게 등 뒤에서 망보게 하고 분위기에 합류한 그 날의 특별한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여행 경험 중 감성 최고였다. 세계인을 즉석에서 한 물로 흐르게 하는 재즈의 힘에 놀랐다. 아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그 곳에서는 체면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죄가 아니기에 가면이 없이도 충분히 자유로왔다.
체면 때문에 자연스러운 흥을 누르고 산 나에게 인생 전체를 통해서도 가장 강렬하게 남은 산 체험의 선물이다.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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