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개념을 통해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에 대하여 분석하고 해석하는 작업은 아주 독특하다. ‘작은 자(the least)’와 ‘작은 공(共)’이라는 색다른 개념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진전된 민주주의의 모습을 제안하는 저자의 접근은 독자들로 하여금 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호기심과 실천적 관심을 유발하게 할 만하다. 그리고 민주주의나 사회의 모습이 구성원들의 ‘마음’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는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사회과학 분야에서 ‘마음’과 관련된 연구가 미천하였다는 점에서 볼 때, 저자의 기획은 선도적이며 색다른 점이 돋보인다. 저자는 ‘작은 자’를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와 구별 짓는다. 저자가 말하는 ‘작은 자’란 ‘이 세상에서 많은 권력을 추구하지 않고 겸손하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존재’를 뜻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소위 ‘소시민’ 혹은 ‘서민’에 해당한다. 결국, 저자가 추구하는 세상은 작은 자들의 작은 공동체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가 작동되는 사회가 아닐까? 그런 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도 당연히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에 두 철학자가 떠올랐다. 바로 칼 포퍼(K. Popper)와 존 롤스(John Rawls)였다. 이 책에서도 이들 철학자에 대한 언급이 약간 등장한다. 포퍼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를 배격하고 사회적 약자의 불행과 고통을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소극적 공리주의(negative utilitarianism)’를 주장하면서 점진적인 사회 진보를 꿈꾸었다. 또한 그는 민주주의의 역설, 자유의 역설, 관용의 역설을 경계하면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갈망하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역설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으며, 절망하는 이들의 희망을 열망한다는 점에서 포퍼와 연결된다. 한편,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며 사회의 최소수혜자(the least advantaged)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차등의 원칙(difference principle)’을 제시하였다. 이는 곧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기본 전제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절망하는 이들’ 혹은 ‘작은 자들’에 대하여 갖는 관심은 롤스가 말하는 ‘최소수혜자’와 연결되며, 이는 곧 정의로운 사회로 귀결된다. ‘절망하는 이들’ 혹은 ‘작은 자들’이 세상의 주인으로 자리 잡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마음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참여와 실천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키고 정착시키는 일에 우리 모두 깊은 관심을 두고 참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출처 : 국회도서관 12월 27일자 서평자 정호범)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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