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태양의 기를 모았다
영광의 화환을 목에 걸 자(者)
신토불이 땅의 기를 힘껏 모아 푸른 날개로 솟아오를 님 - 현송희
[쪽 수필] 김치는 예술품이다. 재료 수집에서부터 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예술품이 되기까지 무한한 변수를 품고 태어난다.
성장의 역사를 달리 한 식재료를 버무려 맛을 내는 일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며 혀를 만족시키기는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 중 배추김치는 완제품이 소멸될 때까지 생기가 살아 숨 쉬며 인간에게 살아있는 기운을 즉시 제공하는 예술식품이다.
김치를 담는 과정 중 양념을 준비하는 일은 회화에서 물감을 준비하는 것과도 같다. 캔버스인 배추는 자르고, 절여지고, 씻고, 물 빠지기 기다리는 여정을 거쳐 마련된다. 캔버스에 색 잔치를 벌이는데 그 중에서 제일은 붉은 색 고춧가루이다.
초록색, 하얀색, 연한 노랑색, 살색, 갈색을 넣고 치대어 손붓질을 한다. 붉은 색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화환을 걸고 등장하는 일이 그다지 부당하지는 않다.
캔버스 없는 물감은 무용하지만, 물감 없는 배추캔버스는 열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아무리 화려해도 배추김치라고 하지 고추김치라고 하지 않는다.
화자는 영광의 화한을 ‘드림’이란 공대어를 사용하여 가장 강렬한 색의 주인공으로 고추의 막을 내린다. 고추가 주인공인 시 한 편에서 김치 한 포기 공동체로 확장되었다.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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