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보경] 미래를 위한 선택
시사앤피플 | 입력 : 2024/04/14 [18:38]
[시사앤피플] 다시 선거철이다. 내일로 다가온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는 국회의원들은 연금개혁, 미래산업 육성, 교육개혁 등 대한민국 미래에 영향을 미칠 정책 결정과 함께 우리의 일상과 관련된 입법과 예산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공약집에서 정당들은 저출생, 탄소중립경제, 정치개혁, 첨단산업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후보자들은 표를 구하는 지역 개발사업에 더 큰 목소리를 낸다.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유례없는 세계적인 저출산에 대해서 해외에서조차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선거 이슈로 부각되지 못하고 정책적 대안은 찾기가 힘들다.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책을 기반으로 투표를 결정하는 정책선거는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유지되기 위한 핵심 요인이다. 실질적 의미의 정책선거는 사회적 논쟁이 필요한 정책들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이슈화하고, 언론의 검증을 거치면서 유권자가 판단하고 표심을 결정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정책대안과 토론이 생략된 선거 과정을 보면서 정책선거는 여전히 요원하며, 앞으로 4년간 대한민국 미래에 중요한 의제가 뒷전에 놓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다가온다.
물론 미래 이슈는 선거 시즌에 관심을 받는 것보다는 상시적이고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정책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만약 미래 이슈를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의회와 정부가 있다면 우리의 삶이 나아지거나 행복에 도움이 될까?
지난달 발표된 2024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는 7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자리를 지켰다. 그 뒤를 이어 2위 덴마크, 3위 아이슬란드, 4위 스웨덴 순으로 전반적으로 북유럽 국가 시민들의 행복도가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조사대상 143개국 가운데 52위를 차지하여 전년도 57위에서 상승하였으나 여전히 낮은 편에 속한다.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북유럽 국가들이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은 아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20세기를 거쳐 위기와 갈등의 정치적 과정을 겪으면서 민주주의의 질을 향상하고 공공정책 거버넌스의 효과성을 달성했다.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북유럽 시민들의 높은 행복 수준이 효율적인 정부 운영, 협의적 정책결정 시스템, 역동적인 시민사회, 높은 사회적 신뢰 수준 등으로 상당 부분 설명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핀란드는 1990년대만 해도 자살률이 세계에서 높은 국가 중 하나였으나 이제는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고 있다. 핀란드의 의회와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전략을 수립하며, 의회에 설치된 미래위원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문제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예측하는 미래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
핀란드 의회는 16개 상설 상임위원회 중 하나로 미래위원회를 구성한다. 여야 의원 17명으로 구성된 미래위원회는 핀란드의 미래를 걱정하며 환경, 유전자 기술, 고령인구 등의 이슈를 챙기며 미래 전략을 마련한다. 핀란드의 신임 총리는 법에 따라 10-20년 미래를 내다본 국가전략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핀란드 행정부와 입법부가 이처럼 미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핀란드는 인구도 적고 추운 지역이라 농사도 적합하지 않으며, 러시아, 스웨덴 등 주변 강대국 때문에 안보 위기를 겪기도 하였다. 1990년대 초반 경기 침체를 크게 겪었고 장기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핀란드 의회는 1993년 임시 위원회 형태로 미래위원회를 만들었고 2000년 상설 조직으로 개편했다. 미래 예측은 뜬구름을 잡는 것과 같을 수 있지만 위기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늘 앞서 준비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니 절박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둘러싼 복합적 위기와 슈퍼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래를 준비하고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 안목과 정책 역량이 요구되며, 내실 있는 정치적 의사결정과 혁신적인 제도 개선,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핀란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정부와 국회의 역량과 민주주의의 질은 한국인의 행복 수준을 향상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는 활발하게 미래 의제를 논의하고, 우리의 미래를 선택하기 위한 전략이 수립되길 기대한다.(출처 : 국회미래연구원 미래생각 4월 9일)
*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그룹장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