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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순의 디카시가 있는 수필] 좁은 길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4/05/20 [06:45]

[오정순의 디카시가 있는 수필] 좁은 길

시사앤피플 | 입력 : 2024/05/2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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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길 옆으로

한 사람이 내려갑니다

옷은 단촐하고 맨발입니다

보인 듯 안 보인 듯 걷지만 햇살 들고

사랑은 주렁주렁 걸려 있습니다

 

                                                                                     - 박순찬

 

 [쪽수필] 관념의 노예인 내게는 좁은 길이 좁은 문으로 읽힌다. 한편의 디카시가 무수한 생각으로 확장 되며 나를 머물게 한다.

 

내가 지금 저 초록 사람처럼 단촐하게 입고 사는가, 아무 것도 들고 지지 않았는가. 실루엣으로 뒤만 보여주고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좁은 길로 들어서면 사랑이 주렁주렁 걸렸을 텐데, 좁은 길에 햇살이 비치는데, 그늘진 대로로 외롭게 걷고 있지는 않는가 질문하게 한다.

 

 

빛과 어두움 중 빛을 취하고, 변방을 걸으며 햇살을 받고,

사랑이 주렁주렁이라니 영락없는 영적 이미지다. 오래도록 내 기억에 생생하게 살아남아 나더러 그렇게 살라고 말을걸 것 같다. 게다가 내려간다니 참으로 숙연해진다.

 

 

올 때도 맨발로 왔으니 갈 때도 맨발로 가는 저 사람, 참으로 잘 가고 있는 사람, 당신은 필경 주어딘 탤런트를 아주 잘 사용하고 좀은 문 앞에서는 가볍디 가벼워서 날개를 달 것입니다.

 

하늘에서는 팡파레가 울리고 천사가 나팔을불며 환영할 겁니다. 부러운 삶의 끝을 보여 주시기 위해 지금 그렇게 가십니까.

 

 

감상자의 가슴에 각인되는 저 이미지를 품고 내 남은 세월을 그대의 아름다운 자세로 살아가야 하리라 마음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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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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