뱉어 말어 와, 고민된다
- 위점숙
[쪽수필] 디카시 작가에게는 눈을 피해갈 수 없는 운명같은 만남이 있다. 저 특별하지도 않은 대상에서 시를 끌어내는 건 디카시인만의 큰 매력이다. 시인의 심미안에게 감사할 일이다.
두꺼비 입을 닮은 바위가 갓 순을 돋운 단풍 싹을 물었다. 절로 웃음이 난다. 두꺼비가 고민하는 건 제게도 그런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산란기에 가까운 두꺼비는 일부러 뱀 앞에서 큰 눈을 디룩디룩 굴리면서 ‘날 잡아잡수’ 하고 유혹한다. 배고픈 뱀이 얼떨결에 덥석 집어삼키고 나면 두꺼비는 뱀에게 들어가 산란을 하고 뱀의 뱃속에서 부화하여 뱀을 치고 나온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함부로 하면 목숨 바친다는 걸 저들은 아는 것이다.
뱀을 유혹하는 두꺼비 이야기는 우리 생의 전반에 걸쳐 펼져져 있다. 가난한 학생들을 유혹하는 어둠의 손, 급전 돌려 막고 나면 이자로 목숨 바치게 생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뉴스의 한복판에서 울화통을 일으킨다.
뱉으면 배 고파도 내가 살고 한 목숨이 죽고, 안타까워 그냥 두면 훗날 아픔이 불 보듯한 이 상황이 고민되겠다.
‘우짜지’란 제목을 달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시 한편을 깊게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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