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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컬럼] 강기옥의 '화폐에 얽힌 인물들'

역사와 문화를 압축적으로 상징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 기사입력 2022/08/18 [21:14]

[기자 컬럼] 강기옥의 '화폐에 얽힌 인물들'

역사와 문화를 압축적으로 상징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 입력 : 2022/08/18 [21:14]

 

▲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시인)    

[시사앤피플]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는 속담은 민중이 돈 많은 사람을 비꼬는 풍자다. ‘돈이 양반이라는 자본주의적 사상의 집약적 표현이다. 그래서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유교적 전통의 가치를 반영했다. 돈은 돈다하여 이라 한다.

 

국립국어원에서도 돈다외에 ()’()’의 발음이 합해져서 이 되었다는 민간어원적 속설로 단정한다. 그러나 돈은 무게 단위에서 비롯된 우리 고유어다. 금이나 은, 약재의 단위의 을 확장하여 사용한 것이다. 자전에도 전()돈 전으로 밝혀놓아 돈이 순수한 우리말임을 증명한다.

 

문화사적으로 조개껍데기와 덩이쇠를 화폐로 사용하였기에 조개 패()와 쇠 금()의 한자는 재물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화폐는 월명사가 죽은 누이를 위해 제망매가를 지어 재()를 올렸더니 바람이 불어 지전(紙錢)을 서쪽으로 날아갔다는 기록이 처음이다. 그 지전은 현대적 개념의 종이 돈이 아니라 망자를 위한 무구(巫具)와 같은 것으로 노잣돈을 뜻한다.

 

돈은 인물을 통해 사상을 반영한다. 클레오파트라, 시저, 알렉산더 등은 화폐에 자신의 얼굴을 새겨 그의 권력을 자랑하며 정복주의를 표방했고 동양에서는 천원지방의 유교적 사상을 반영하여 엽전을 주조했다. 다만 우리의 엽전(葉錢)은 한꺼번에 여러 개를 주조하기 위해 나뭇가지에 잎이 매달린 모양으로 주조하여 붙인 명칭이다.

 

그것은 고려 성종대인 996년에 건원중보를 발행한 이후 삼한중보, 삼한통보, 해동중보, 해동통보, 상평통보를 거쳐 조선말기의 당백전까지 다양한 형태로 통용되었다. 그것이 일제 강점기에 자주적인 경제권을 빼앗겨 일본 제일은행권을 사용하면서 김윤식의 초상을 최초의 인물로 사용하였다. 해방 이후 이승만은 자유당의 실정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세종대왕으로 바꾸었고 문자도 한글로 바꾸었다.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어머니와 아이가 저금통장을 들고 있는 모자상을 올리기도 했으나 영부인과 영식이라는 시비가 있어 발행 24일만에 수명을 다한 최단기 화폐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독립문, 경회루, 첨성대, 남대문 등 문화재를 사용했는데 석굴암과 불국사는 특정 종교계의 반발로 도안에 오르지는 못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이황과 이이, 이어 신사임당의 오만원 권까지 나타났다. 화폐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압축적으로 상징하며 사상적 지향점을 반영하는데 우리의 화폐에는 아직도 낡은 성리학적 인물이 주를 이룬다.

 

일본은 식민지정책에 큰 공을 세운 정치인과 장군의 초상을 사용하여 명치유신을 성공적으로 이끈 국민적 자긍심을 자랑한다.

 

미국은 역대 훌륭한 대통령으로 민주주의의 상징을, 중국은 마오저뚱으로 통일된 하나의 사상을 표방하고, 영국은 엘리자베스 여왕으로 세계를 재패하던 시대의 영광을 자랑한다.

 

우리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외에 한국의 진취적인 발전상을 드러낼 인물이 없다. 오히려 조선을 멸망으로 이끈 성리학의 사변적 학자가 주요 인물이다.

 

일본은 2024년부터 새 화폐를 사용한다. 1984년 후쿠자와 유키치가 이후 40년 만의 변화다. 일만엔 권은 조선 경제의 침탈자로서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초상을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일본 제일은행의 은행장이며 경부철도 부설권을 비롯한 각종 이권을 빼앗아간 장본인이다. 화폐를 통해 팽창주의의 가치를 내세우는데 우리는 아직도 국상의 상복이 3년이냐 1년이냐를 두고 인재를 죽이던 낡은 시대의 가치에 묶여 있다.

 

우리도 독도를 지켜낸 안용복이나 성리학의 허위를 지적한 실학자를 모델로 올리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현모양처의 시대적 가치에도 맞지 않는 사임당은 여성계에서도 반대하던 인물이다.

 

일제의 잔학상을 알리기에는 류관순, 독립운동이 상징으로는 김구가 제격이다. 일본 신권 화폐에 대응할 만한 인물로.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는 인물로 조폐공사의 전속모델을 바꿔야 할 때다.

 

*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시인/ 서초문인회장)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다.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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