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리면 큰일 나요
사춘기 소년이나 갱년기 아줌마가 열꽃 뿜어댈 때는
- 정현숙
[쪽수필] 어느 신부님의 강론이 떠오른다.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 않고 예기치 않은 상황과 맞닥트리면 남자들은 당황할 때가 다반사라 했다.
특히나 염색체 xx끼리는 말 안 해도 통하는 수가 있지만 xy 염색체 남자들은 이해불가 상황이 많다고 당혹스러움을 면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부부로 살지 않고도 고백성사 내용을 간추려 정리하면 세상사가 적나라하게 드러 날 것이란 예측이다.
묻기도 거시기 하니까 생리를 할 때는 신경질이나 화를 내기 전에 예방 차원으로 머리에 붉은 리본 핀을 꽂아 사인을 보내라고 했다. 참아줄 수 있는 이유라도 알자는 이야기다.
나는 중2학년 아들에게 이 방법을 시도했다. 엄마가 생리 중일 때는 자꾸 울화가 치밀고 신경질이 나도 자식에게 그렇다고 말하긴 무안하니까 꽃핀을 꽂겠다고 했다. 섣불리 신경 건드리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었다.
다른 일로 심정이 복잡한 날 나는 붉은 핀을 꽂았다. 아이는 참아주다가 낯선 나를 발견한 모양이다.
ㅡ엄마는 한 달에 두 번 생리를 하시나요?
대체로 너희가 참아달라는 날의 신호로 알아듣지 않고 그렇게 융통성 없이 나올 줄 미처 몰랐다.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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