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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보경 컬럼] 노인과 청년의 조건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2/09/26 [18:27]

[민보경 컬럼] 노인과 청년의 조건

시사앤피플 | 입력 : 2022/09/26 [18:27]

▲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 그룹장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2022년 9.8%에서 2070년 20.1%로 증가하지만, 한국의 노인 비율은 2022년 17.5%에서 2070년 46.4%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전체인구를 연령순서로 나열할 때 중앙에 있는 사람의 나이를 뜻하는 중위연령은 한국의 경우 2022년 45.0세에서 2070년 62.2세로, 세계인구의 중위연령(2022년 30.2세, 2070년 38.8세)과 비교할 때 심각한 차이를 체감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마흔 살 정도면 상대적으로 젊게 느껴지지만 50년 뒤에는 환갑이 되어도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나이가 가지는 의미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제연합(U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사회에서 고령 지표의 기준으로 통용되는 65세 기준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은 65세 기준을 명시하고 있는데, 그 당시 기대수명은 66.7세이었다. 이후 40여년이 지난 2020년의 기대수명은 83.5세이니 그간 65세 기준을 바라보는 인식은 달라져 노인의 연령 기준을 높이자는 사회적 논의도 시작되었다.

 

청년의 나이도 시대적 흐름과 사회 분위기가 반영될 수 있다. 청년(靑年)은 사전적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을 뜻하며 굳이 나이를 기준으로 자격을 정하기보다는 주로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로 사용되어 왔다.

 

 

국제적으로 UN, OECD는 청년의 나이 범주를 15-24세로 하여 고용률, 실업률 등의 통계를 작성한다. 우리나라의 청년기본법은 청년의 연령대를 19-34세로 명시하고 있으며,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시행령은 15-29세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등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청년의 기준은 더욱 다양해져 역세권 청년주택, 한국토지주택공사 행복주택 청년혜택, 그리고 서울, 인천, 경북 등 광역자치단체 청년기본조례는 청년을 19-39세로 규정하고 있으며, 젊은 층의 인구가 적은 의령군, 장흥군 등의 기초자치단체는 청년의 범위를 49세까지 확장하기도 한다.

 

청년의 연령 기준이 제각각인 배경은 청년층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 이전보다 커졌고, 그에 대한 대책들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청년의 고용 사정이 악화되면서 첫 직장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며, 안정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인생의 여정에 있어 이행(transition)의 기간에 있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청년 정책의 대상이 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제각각인 청년의 범위와 기준은 정책상의 혼돈과 불편함을 야기하고 일관성과 효과성에 있어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청년정책이 무엇이고, 청년의 의미가 무엇인지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청년기가 길어짐에 따라, 연령대별로 다양하고 촘촘한 정책이 요구된다.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정책들을 통일되게 추진하는 것보다는 일정한 연령대별로 나눠서 혹은 정책영역이나 지역여건에 맞게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물학적 나이보다는 취업, 부모로부터의 독립 등 이행기에 초점을 맞춰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

 

노인의 기준은 어떠한가. 시대적 분위기가 평균수명 연장, 인구 감소, 재정 부담 등 여러 측면에서 노인 연령 기준의 상향이라는 필요조건을 갖췄더라도 이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되면 많은 사회적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경로우대제도가 축소돼 당사자들의 반발을 사는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정년 연장, 연금, 노인 빈곤, 노인 일자리, 노후생활 지원, 의료 보장 등 사회 시스템의 근간을 건드려야 하는 다양한 이슈들이 얽힌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인 연령 상향 역시 다각적으로,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문제이다. 가령, 지하철 65세 이상 무료승차를 재정 적자 측면에서만 살펴볼 수는 없다. 지하철 무료승차가 노인의 이동성(mobility)을 향상시켜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많은 연구 결과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노인의 일상생활을 보면 교통수단 그 이상을 의미하며, 특히 저소득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OECD 평균보다 훨씬 높고 노인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당장 노인 연령 기준이 높아지면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되는 상황에 처하는 노인이 늘어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인구감소시대, 사람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늙은 사람, 젊은 사람, 모두에 대해 더 많은 투자, 가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에 대한 적절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예상보다 빠르게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였고, 노인이나 청년 문제의 본질을 생각해볼 겨를 없이 정책의 효과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 심화될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과 청년의 조건을 다시 정하는 일은 인구와 경제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급하더라도 차근차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청년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들은 사업마다 목적이 다르고 특징이 있으므로 사업별 적절한 연령 기준을 살펴봐야 한다. 각종 경제사회정책을 위한 노인과 청년의 기준을 획일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 검토를 통해 적절하고 정교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출처 : 9월 20일 국회미래연구원 미래생각)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 그룹장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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