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강기옥 기자 = 조계춘 시인이 산문집 『너에게 나를 전한다』를 최근 발간했다.
소전(小田) 조계춘 시인이 2010년에 제3시집 『내 손하고 똑같다』를 출간한 후 13년 만에 산문집 『너에게 나를 전한다』를 상재했다. 이 산문집은 산문, 수필, 기행, 독후감, 기도문, 의견(opinion) 등 여섯 장(440쪽 분량)으로 구분하여 다양한 글을 실었다. 그래서 문학의 다양한 장르를 비교하며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오피니언」에서 59회로 연재한 역병(疫病) 시리즈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우리나라의 피해 상황과 진행 과정, 그리고 그 혼란한 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소상히 기록하여 차후 사료도 가치가 있는 글이다.
신앙인(방주교회 은퇴 안수집사)으로서 이 사회를 위한 사명감은 물론 여행을 통해 고향을 알리려는 애향심이 나타나 있고 「독후감」에서는 다양한 독서도 눈에 띄지만 클래식 음악에 대한 식견은 상당한 수준이 이르렀음을 알게 한다. 판소리는 명창도 중요하지만 듣고 호응해 주는 청중이 있어야 한다. 소위 ‘귀명창’이라 하는 수준 높은 청자가 판소리의 수준을 높여 주듯이 클래식 음악이야말로 절대적인 매니아 수준이 청중이 있어야 한다. 그만큼 클래식 음악은 누구나 쉽게 접하기는 어려운 음악이다. 그렇게 몰입하기 힘든 음악에 조계춘 시인은 귀명창의 수준에 올라 고전음악을 즐기며 독후감으로 소개해 놓았다. 문학적 감상이 음악적 선율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자기 감정에 충실한 글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특이하게도 ‘책머리에’ <너에게 나를 전한다>는 시를 서시(序詩)로 제시하고 시의 제목을 책제(冊題)로 정했다. 그 머리말에는 그만의 특별한 이유가 나타나 있어 책 전체를 이해는 데 도움을 준다. 70도 중반을 훌쩍 넘어서고 보니 지난날을 추억하고 싶은 까닭이다. 1969년도의 시심을 시화(詩化)해낸 작품인 만큼 잔잔한 그리움이 따뜻하게 묻어 있다.
매화꽃 숭어리 숭어리 핀 마을 제비가 오고 낡은 치마 끝을 흔들며 오는 봄바람이 너의 체취처럼 반가운데 내 안에서 맴돌고 있는 너는 어디에도 없다 삼동에 홀로 키운 이 마음을 하마, 제비는 알았을까 가고 오는 것이 어찌 계절밖에 없었으랴 이 봄 가고 나면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에게 나를 전한다> 전문
매화꽃 핀 마을은 조계춘 시인의 고향마을이다, 그곳에 매화꽃이 숭어리 숭어리 피어 제비도 날아 오고 봄바람도 너의 체취처럼 불어와 내 가슴에 안겨 맴돈다. 그런데 실상 만나야 할 네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는 아쉬움의 토로다. 친구를 그리는 마음은 삼동(三冬)의 겨울을 홀로 이겨낼 만큼 간절한데 그 마음을 알았는지 강남 갔던 제비는 다시 돌아왔다. 어디 그뿐인가. 매화도 피고 바람도 왔다. 그렇게 봄에 되어 올 것은 모두 왔는데 정작 네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니다.
조계춘 시인은 제비를 시적 상관물로 삼아 돌아오지 않는 친구를 더 그리워한다. 그 마음은 ‘삼동에 홀로 키운 이 마음’으로 밝혀 놓았다. 너는 나를 잊었어도 나는 잊지 않았다는 과거형이자 현재 진행형의 고백이다. 그래서 ‘이 봄 가고 나면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다짐으로 우의(友誼)를 밝혔다. 제목으로 제시한 <너에게 나를 전한다>는 떨어져 있는 상태의 마음이지만 마지막 행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행위다. 시의 전개에 따른 심리적 상황의 극대화다. 그래서 ‘책머리에’의 부연부에는 친구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 들였다. 『너에게 나를 전한다』는 산문집이지만 시로 전체의 주제를 드러내는 감성적 도입이라 읽기가 편하다. 더구나 지나온 삶을 반추하며 기록으로 남기려는 문인으로서의 본능을 읽을 수 있어 독자에게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참고로 위 시는 장흥군 장평면의 ‘계명성 문학공원’에 시비로 세워져 있어 주목받고 있다. 출간을 축하하며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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