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이명숙 기자 = 라이즈아트는 29일부터 12월 말까지 이기성 작가(b. 1959)의 개인전 <Boundless Columns>를 삼성동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쇳가루를 사용해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한 이기성 작가는 2019년 ‘겁(刧, Kalpa)’ 시리즈를 발표한 이후 많은 미술 애호가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오페라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었으며, 최근 일본 도쿄의 신와 와이즈 홀딩스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오프닝 전야 행사에서 이미 여러 점이 선 판매될 정도로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작가는 쇳가루라는 물성이 강한 재료를 택하고 오랜 기간 천착해 왔다. 자석의 자기장에 의해 쇳가루가 만들어내는 우연적 형상의 부조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던 작가는 자석이라는 외부적 요소를 배제하고 ‘행위’와 쇳가루 자체의 ‘물성’을 활용한 ‘겁(刧, Kalpa)’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차원에서 심미함을 보였다.
이기성의 ‘겁(刧, Kalpa)’ 시리즈의 키워드는 ‘쇠’와 ‘시간성’이다. 그는 쇳가루를 캔버스 위에 펴서 바른 후 도구로 밀거나 손으로 문질러 생긴 선들을 중첩시키고 교차시켜 화면을 구성한게 특징이다.
그는 녹슨 쇳가루로 구성된 화면은 서서히 산화가 진행되며 주변으로 얼룩이 은은하게 번져나간다. 얼룩이 캔버스에 스며들면 고착액을 덮어 산소를 완전히 차단시킨다. 작가의 행위와 쇳가루의 산화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품들은 형과 색, 질감까지 어느 것 하나 비슷한 것이 없다.
산스크리트어인 ‘겁(劫 Kalpa)’은 무한한 시간을 의미한다. 세상이 만들어지고 존속하다가 결국 파괴되어 무(無)로 돌아가는 하나하나의 시기, 즉 몇 억만 년이나 되는 극대한 시간을 가리킨다. 작가는 영겁의 시간을 살고 있지만 결국 무(無)로 돌아가는 자연의 순환 과정을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함축하는 쇳가루를 작업을 통해 말하고 있다.
이기성은 “세상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처럼 물리적 공간의 모든 것은 변화한다”며, “미셀 푸코의 에피스테메라는 말이 있듯이, 시대마다 세계를 보는 관점은 바뀐다. 강남의 도덕이 북방 초원에 갔을 때 그것은 속박이 되며, 유목민의 도덕이 강남에 왔을 때 그것은 야만이 된다. 내 그림은 모든 것이 변화하여 상쇄한다는 뜻을 나타낸다. 생주이멸의 과정을 겪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언급했다.
이기성은 계명대 미술대학, 무사시노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도쿄 신와 와이즈 홀딩스(2023), 대구 윤선갤러리(2023), 대구 신세계갤러리(2021), 갤러리 비선재(2019), 대구문화예술회관(2019)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키아프(2023), 아트부산(2023), 대구아트페어(2023) 등의 다수의 아트페어와 마이애미 오페라갤러리(2023), 대구 봉산문화회관(2020) 등 주요 기관의 그룹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명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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